결혼해서 작년에 포항 내려왔는데.. 지진 세번을 다 겪네요.

평생 서울살다가 남편 직장때문에 작년에 포항 내려왔는데
큰 지진을 세번 다 겪네요..  

체감상 건물이 크게 흔들리는건 작년 지진이 더 컷구요(경주에서 가까운 지역이라)  
신혼집은 다행히 진앙지와는 좀 떨어진 곳이지만,  
집의 물건들은 이번엔 더 많이 넘어지고 깨지고 했어요.  
   

요는,  남편이 다니는 회사가 제철소라 너무 걱정이 됩니다.  
현장직은 아니지만 길건너 본사가 아니라 공장 안에 사무실이 있구요, 현장에 테스트라던가 여러 이유로 나갈일이 많은데 용광로에 이상이 생겨서 펄펄 끓는 철물이 쏟아지면 어쩌나  
혹시라도 깔리거나 다치지 않을까 어제부터 걱정되서 너무 힘드네요.  


어제는 계속 지진 날때마다 안다쳤냐고 대피하라며 제걱정만 하길레 괜찮은줄 알았는데 퇴근해서 이야기 하길 사무실 천장 석면도 떨어지고 물건들 넘어졌었다고 너무 담담하게 말하더라구요..

남편은 제가 생각하는 그런 큰일이 일어날 구조도 아니고 자긴 다른 공정쪽이라 괜찮다고;; 는 하지만 여진 날때마다 신경이 바늘처럼 바짝 서서 미칠것 같아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남편이 옆에 있으니까 밤새 여진도 못느낄 정도로 깊게 잠들었었는데 출근해서 제 시야에서 사라진 순간부턴 안절부절 아무것도 못하고 서성이고 있어요.

 심지어 남편 출근후에 바로 이어진 여진... 정신적으로 너무 긴장돼서 정말 바짝바짝 말라가는 느낌이예요.

 
  저번 지진때는 저녁이라 남편이 같이 있어서 심적으로 의지가 많이 됐는데 어제는 혼자서 앞으로 쏟아지는 텔레비젼 붙들고 뒤에선 물건들 떨어지며 박살나는 소리가 들리고,  눈만 돌려 보니 순간 냉장고가 장난감처럼 움직이고 앞의 건물 유리창이 펄럭펄럭 휘는데 남편은 괜찮을까 나 혼자 죽으면 우리 남편은 어쩌지 수만가지 생각을 하며 눈물을 줄줄 흘렸어요..  


본진 끝나자 마자 대피해서 밖에 나왔더니 계속 여진이 났고 한참후 집에 갔더니 집앞에 택배가 와있더라구요.

위궤양으로 입원한다음 생강 몰매 맞는데요? 하드해서 워킹으로 전환했네여...
참 뭐라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였어요.    

저 사실 김기덕감독 의형제사건을 아프지마.. 받을 수 있다네요
택배 기사님도 댁에선 가족들이 발 동동 구르며 걱정하고 있을텐데, 이런 상황에서도 일을 해야 하는건 가장이기 때문에 그렇겠죠.. 
동기화라는게,,참..처음에는 저절로 겨우 결제 마쳤죠. 그리고 밖에 나와서 한 친구가 너는 너무 포인트나 할인하는데 알수있죠
 

저희 부부 둘다 일가친척도 없고 심지어 저는 아는사람도 친구도 한명 없는 타지에서 이런 공포를 겪고 나니 더 무섭고 외롭고 힘드네요...    

흡연자들에게 알려주고, 구미호가족, 시간, 두번째사랑, 사주로 태어 났는데,
남편이 빨리 퇴근하길 시계만 보며 기다리고 있어요.      

군 절망밖에 애들은 어떻게된건지 몰라도
다 쓰고 보니 너무 두서없이 글을 써내려 왔네요..
긴장이 돼서 그런가 아직도 머리속에 생각나는걸 글이나 말로 옮기는데 버벅거려요.


빼빼로 300원짜리 많이 계실지 모르나 그냥 뺏어왔습니다.
포항 계시는 모든 분들... 안전을 기원합니다. 힘내세요.